귀환 국군용사 이00 어르신께서 향년 97세로 별세하셨습니다.

2021-07-1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전에 보여주신 환한 미소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14일 저녁. 

퇴근 뒤 집에 도착하여 손을 씻고 잠시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생각에 잠길 무렵 휴대 전화가 울렸다. 며칠 전부터 건강이 악화된 국군포로 어르신의 별세 소식이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성남 수도국군병원으로 향했다. 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영현 실장님께 소식을 전하고 어르신께서 도착하길 기다렸다. 잠시 후 국군포로 어르신을 모신 구급차가 들어오고 유가족 분들에게 장례절차와 현충원 안장 절차를 알려 드렸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생전에 항상 표정이 밝던 어르신은 영정사진 속에서도 밝은 표정을 짓고 계셨다


15일.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로 친족 외에 조문을 할 수 없었다. 수도병원 장례식장에는 유가족분들과 국방부와 NKDB의 장례지원 담당자들뿐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시간이었다. 오후가 될 무렵 생전에 국군포로 어르신을 자주 찾아뵙던 8사단 원사님이 찾아오셨다. 원사님은 어르신께 마지막 인사를 전하시고, 발인 때 부사관들과 함께 다시 찾아오겠노라며 어르신의 가시는 길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셨다. 그래도 순간 후배의 진심어린 방문이 어르신의 가시는 길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지 않을까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렇게 오가는 사람도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유가족분들과 함께 입관을 마치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졌다. 하늘도 어르신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하는 듯 했다. 그저 어르신의 영정 사진을 보며 꺼져 가는 향초를 바꿔드리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생전에 반갑게 맞이하시던 국군포로 동료분들도 거리두기 단계로 인해 조문을 할 수 없었으니 더욱이 아쉬우셨을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날 밤이 깊어갔다.


16일 아침.

아침부터 하늘이 맑았다.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날씨가 환하게 배웅해주는 것 같았다.


어제 다녀간 8사단 원사님과 부사관들이 어르신의 운구를 위해 다시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가족분들게 소개한 후 발인을 위해 고인께 향했다. 후배들의 운구를 통해 어르신은 그렇게 마지막 길을 떠나셨다. 무더운 날 뜨거운 화구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두 시간 지날 무렵 그렇게 고인께서는 한 줌의 재가 되셨다. 어르신의 유해를 모시고 먼저 떠난 동료들이 안치되어 있는 서울 현충원으로 향했다. 


운구를 위해 방문한 8사단 후배들은 고인께서 안치되실 현충원 충혼당까지도 기꺼이 동행해 주었다. 현충원에 도착한 후 후배들은 고인의 유해를 직접 모시고 안치실로 향했다. 현충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고인을 안치실에 모신 후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고인과 마지막 작별을 하였다. 그렇게 3일 동안 고인을 모시며 짧은 여정을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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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국군포로 어르신을 배웅한지 10여년이 지났다. 이제는 16분만이 생존해 계시고, 점점 기력이 쇄해지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기만하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국군포로 어르신들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전쟁터를 향해 나가셨고, 적군의 소굴에서 40~50년 동안 억류되었다 조국의 품으로 자진하여 귀환한 소중한 분들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부디 존경과 감사의 맘을 담아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함께 해주시고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국방부 관계자분들과 8사단 주임원사님 예하 부사관 후배장병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소서.


- 본 추모글은 장례지원을 담당했던 정착지원본부에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