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유엔 인권조사위 10주년, 북한 인권 ‘뒷걸음’

2023-03-21

[중앙일보 2023-03-21]

북한 인권 실태를 설명할 때 가장 함축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암울하다’이다. 지금 상황도 매우 좋지 않지만,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 사용한다. 유엔은 2003년 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시작으로 북한의 암울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유엔은 2003년 인권위원회와 2005년 총회를 시작으로 20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강력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2013년 3월 21일 당시 유엔 인권이사회는 4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치를 결의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다른 조사위원회와 달리 유엔에서 최초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조사위원회는 호주 대법관 출신 마이클 커비 위원장을 비롯해 인권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이들에게 1년간 북한의 식량 문제, 구금 시설, 고문 및 비인간적 대우, 생명권, 강제 실종과 외국인 납치 등 9개 분야에서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안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임무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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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식량 부족으로 대규모 아사 사태를 경험한 1990년대에도 국제사회의 우려와 지원을 외면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해왔다. 그 결과 북한의 고립은 국제사회에서 더 심화했고, 최근에는 황해도 개성을 비롯해 각지에서 아사자가 다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시절 탈북 청년 어민 2명을 강제 비밀 북송한 사건을 비롯해 ‘대북 전단 금지법’ 제정, 북한인권단체 탄압, 북한인권법 무력화 정책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북한의 반인권적이고 퇴행적 태도와 당시 한국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는 미국과 유럽 등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주도해온 국가들에 피로감과 무력감을 안겼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법 정상화를 비롯해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대북 제재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북한 인권 개선은 새로운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이용해 체제 안전을 도모하듯,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인권을 활용해 북한 주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10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책임을 북한 당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맡아야 한다고 권고했음을 분명히 상기해야 한다.

기사원문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8661#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