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2]
설립 23년차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유엔(UN)의 기금 사업을 진행할 만큼 국내에선 꽤 규모가 있는 북한인권단체 중 하나입니다. 서울 광화문에 국내 유일의 북한인권박물관과 탈북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문 닫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센터는 일단 직원 20여 명의 월급도 줄이고, 운영하던 교육 프로그램도 중단했습니다.
시민단체의 빠듯한 살림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이 센터를 비롯해서 국내 대부분의 북한인권단체는 자금난에 빠져 축소·해체 위기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했던 수십 개 행정명령 중 하나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트럼프 행정명령에 "북한 인권운동 고사 위기"
문제의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서명했던 행정 명령 14169호입니다. '미국 해외 원조의 재평가 및 재정비'(Reevaluating and Realigning United States Foreign Aid)라는 제목으로,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개발 원조 프로그램을 90일간 일시 중단하는 내용입니다. 이 명령의 영향으로 국제 구호단체가 운영하던 미얀마 국경의 난민 병원은 문을 닫았고, 캄보디아 정부의 오지 마을 지뢰 제거 작업도 멈췄습니다. 미국 안에서는 '원조 계약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행정 소송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북한인권단체들에 후폭풍이 덮쳤습니다. 단체들이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통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미국 국무부 산하의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과 미국 의회가 운영하는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해외 원조 예산입니다. 대북 인권단체들에는 대략 1,000만 달러(145억 원) 정도가 연간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DRL과 NED이 북한 인권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단체를 공개모집하고, 선정된 단체에 보조금이 집행되는 방식입니다. (중략)
통일부도 인권단체들의 사정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북한 인권 시민사회단체 지원 예산도 지난해 18억 3,000만 원에서 올해 29억 6,000만 원으로 61.7%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배정된 예산을 활용한 민간 활동 공모사업의 공모는 끝났고, 현재 심사 과정 중"이라면서 "적절하게 단체와 활동에 지원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인력과 임대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모사업을 따 봤자 소용이 없다"라고 정부 공모 사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시민 단체에 직접적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법적 근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정부 예산에 의존할 경우 시민단체의 독립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피터 위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북한 인권단체의 소멸 위기>란 보고서에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내에 북한인권 NGO의 상당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북한 내부의 변화와 책임 규명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전문 지식, 정보, 그리고 강력한 목소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북한으로 라디오 방송 송출, 북한 내부 정보 유출과 같은 주요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NGO들이 미국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보다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중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앞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는 "향후 미북 협상의 의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전통의 '적국 개념'보다 '돈'이 모든 외교 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원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07491&ref=A
[2025-03-22]
설립 23년차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유엔(UN)의 기금 사업을 진행할 만큼 국내에선 꽤 규모가 있는 북한인권단체 중 하나입니다. 서울 광화문에 국내 유일의 북한인권박물관과 탈북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문 닫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센터는 일단 직원 20여 명의 월급도 줄이고, 운영하던 교육 프로그램도 중단했습니다.
시민단체의 빠듯한 살림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이 센터를 비롯해서 국내 대부분의 북한인권단체는 자금난에 빠져 축소·해체 위기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했던 수십 개 행정명령 중 하나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트럼프 행정명령에 "북한 인권운동 고사 위기"
문제의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서명했던 행정 명령 14169호입니다. '미국 해외 원조의 재평가 및 재정비'(Reevaluating and Realigning United States Foreign Aid)라는 제목으로,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개발 원조 프로그램을 90일간 일시 중단하는 내용입니다. 이 명령의 영향으로 국제 구호단체가 운영하던 미얀마 국경의 난민 병원은 문을 닫았고, 캄보디아 정부의 오지 마을 지뢰 제거 작업도 멈췄습니다. 미국 안에서는 '원조 계약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행정 소송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북한인권단체들에 후폭풍이 덮쳤습니다. 단체들이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통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미국 국무부 산하의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과 미국 의회가 운영하는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의 해외 원조 예산입니다. 대북 인권단체들에는 대략 1,000만 달러(145억 원) 정도가 연간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DRL과 NED이 북한 인권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단체를 공개모집하고, 선정된 단체에 보조금이 집행되는 방식입니다. (중략)
통일부도 인권단체들의 사정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북한 인권 시민사회단체 지원 예산도 지난해 18억 3,000만 원에서 올해 29억 6,000만 원으로 61.7%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배정된 예산을 활용한 민간 활동 공모사업의 공모는 끝났고, 현재 심사 과정 중"이라면서 "적절하게 단체와 활동에 지원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인력과 임대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모사업을 따 봤자 소용이 없다"라고 정부 공모 사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시민 단체에 직접적으로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법적 근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정부 예산에 의존할 경우 시민단체의 독립성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피터 위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북한 인권단체의 소멸 위기>란 보고서에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내에 북한인권 NGO의 상당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북한 내부의 변화와 책임 규명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전문 지식, 정보, 그리고 강력한 목소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북한으로 라디오 방송 송출, 북한 내부 정보 유출과 같은 주요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NGO들이 미국 정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보다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중략)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앞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는 "향후 미북 협상의 의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전통의 '적국 개념'보다 '돈'이 모든 외교 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원문: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07491&re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