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칼럼] 북한 반인도범죄 가해자에게 면죄부는 없다

2021-08-31

[2021-08-24 DAILY NK]

[북한인권정보센터 김가영 국장은 24일 "북한 반인도 범죄 가해자에게 면죄부는 없다"라는 주제로 북한 인권 문제 실태와 해결 방안에 대한 칼럼을 기고했다. 김 국장은 동서독 분단 시기에 일어난 인권 침해 사건 정보 기록 사례를 통해 북한 인권 정보를 기록하는 것과, 그것을 알리는 것이 북한 인권 가해자들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행위들을 돌아보게 할 마련을 제공할 것이라며 북한 인권 정보 기록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


대한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지난 19일 공개한 ‘북한인권 가해자 데이터베이스’에는 반인도범죄에 버금갈 만큼 심각한 인권 유린을 자행한 또는 그러한 행위를 용인 혹은 지시한 인물 30명이 등록돼 있다. 보위부장이나 보안서장 등 상급자 책임을 져야 할 인물들뿐만 아니라 구금시설 말단 간수들인 계호들까지도 가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인권 범죄의 책임에 있어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국제법적 원칙을 고려한 것이자 NKDB가 조사한 인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가해자들이 그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수감자들을 고문했을 가능성에 대해 피해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들도 인간이에요. 아무리 위에서 시켰다고 한들 같은 인간을 죽도록 고문한 것이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되나요.”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가해자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누군가에게 그들은 우수한 학교생활을 마치고 법 기관에서 근무하는 자랑스러운 가족이지만, 피해자들의 눈에 그들은 조금의 자비도 베풀 줄 모르는 ‘승냥이’와 다를 바 없었다. 가혹한 고문으로 자백을 많이 받아낼수록 능력 있는 인재로 승승장구했으며, 앳된 티를 벗지 못한 계호가 부모뻘 되는 수감자들을 무소불위로 대했다. 자신들의 악행이 이미 수천, 수만 건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도 그들은 지금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NKDB가 북한인권 침해 사건과 가해자 정보를 기록하는 일은 그렇기에 중요하다. 가해자들에게 자신들의 행위가 낱낱이 기록되고 있음을 주지시켜 궁극적으로 추가적인 인권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NKDB가 20년 가까이 축적해온 북한인권 침해 사건은 7만 9000여 건, 인물 정보는 4만 9000여 건이다. 가해자 정보는 지난해 7월 기준 2173건이 모였다. 이 중 매우 심각한 인권 범죄를 수차례 저지른 동시에 인적 정보까지 상세히 파악된 가해자 30명을 새로 개발한 가해자 데이터베이스에 우선 등록했다. 이 모든 기록은 자신들의 인권 범죄가 세상에 알려질 리 없으리라 여겼을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것이다.

 남은 과제 중 하나는 본격적인 책임규명 절차를 밟는 것이다. NKDB는 조만간 가해자 데이터베이스의 활용 방안을 유엔 등 책임규명을 이끄는 기관과 논의하는 한편, 북한인권 침해 사건을 국내 사법기관에 기소해 피해자 구제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가해자 정보의 교차검증이다. 북한인권 침해가 가장 심각한 구금시설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얼굴조차 쉽게 쳐다보지 못하게 돼 있는 데다, 고문과 만행이 일상인 환경에서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했을 뿐이었다. 후일을 위해 가해자 정보를 상세히 파악하려 했던 피해자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해 각자 파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인권 실태 조사를 확대해 교차검증에 활용할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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