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쥐꼬리 월급, 무너진 배급제… 투잡과 뇌물로 北 주민들 각자도생[북한인권보고서]

2023-04-03

[한국일보 2023-03-30]

북한 체제의 근간인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운영하는 공장, 농장 등에서는 끼니를 때울 만한 급여조차 받지 못해 저마다 가욋벌이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벌이가 신통치 않으니 곳곳에서 뇌물을 요구하는 통에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이처럼 고단한 북한의 현실은 통일부가 30일 내놓은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담겼다. 이에 따르면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윤을 추구하며 사적인 경제활동에 나섰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투잡'을 뛰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울 만큼 경제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이 정해준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대신 상납금으로 때우는 노동자도 등장했다. 한 탈북민은 "직장에 매달 30위안의 수익금을 납부하고는 골목 등에서 생활용품을 파는 '또아리 장사'를 했다"면서 "직장 다니는 것보다 훨씬 벌이가 낫다"고 말했다. 오징어잡이 그물을 만들거나 결혼식·돌잔치 촬영 영상을 편집하며 돈을 버는 경우도 있었다. 진료소 소속 의사는 오전 근무만하고 오후에는 따로 왕진을 돌며 돈을 벌기도 했다. (중략)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탈북민이 급감하면서 이번 보고서에 최근 식량난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실제 북한 사정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기사원문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2922540003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