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유일 北인권백서, 올해는 왜 못 보나[광화문에서/윤완준]

2021-08-26

[2021-08-11 동아일보]

1993년 윤여상은 스물일곱 대학원생이었다. 탈북민 정착 과정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었다. 전국을 돌며 탈북민들을 인터뷰했다. 탈북민들이 그에게 들려준 얘기는 예상과 달랐다. 그들은 북한에서 겪은 참혹한 인권 유린을 증언했다. 그는 탈북민들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지는 걸 봤다. 공포로 입 밖에 꺼내지 못한 일들을 어느 젊은 연구자가 기록함으로써 언젠가 진실이 규명될 수도 있다는 한 줄기 희망을 얘기했다고 한다. 1994년 윤여상은 북한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의기투합한 연구자들은 5명. 1999년부터는 그해 처음 문을 연 탈북민 정착기관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들은 불행한 과거를 정의와 존엄이라는 이름으로 청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의 인권 침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통일 이후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역사적 단죄도 어렵다고 여겼다. 2003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설립됐다. 한국 최초의, 북한 인권을 기록하는 비정부기구(NGO)였다. 2007년, 13년간 축적된 기록을 바탕으로 첫 북한인권백서가 나왔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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