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北 인권운동 이끈 탈북민 증언, 생생히 기록” [차 한잔 나누며]

2024-01-16

[세계일보 2024-01-10]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80∼90%가 인권침해에 해당 25년 전부터 수집 기록만 8만건 DB 구축·인권백서도 처음 펴내
“정부 관심 표명에 기대 컸지만 특정 정파 이슈로 고착돼 고립 젊은 연구원 활동 돕는 게 임무” 

(전략) 센터는 25년 전부터 인권침해 증언을 수집해 사건 기록만 8만5814건에 이르는 북한인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북한인권백서도 처음 펴냈다. 센터를 이끌어 온 윤여상(58) 소장은 북한인권운동 역사의 산증인이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와 만난 그는 자신을 북한인권운동으로 이끈 것이 바로 이 증언들이라고 말했다. (중략) 

그는 1994년 국내 최초로 탈북민 주제 논문을 썼다. 1999년 하나원 설립 당시 민간 전문가로 참여했다. 이때 하나원의 탈북민들과 면담을 시작했다. “김대중정부는 인권 철학이 높았다.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민간이 하나원에서 북한인권 침해를 조사할 수 있게 했다. 나 역시 이 일은 정부보다는 민간이 할 일로 여겼다. 노무현정부 때도 협조가 잘돼 기록을 쌓아 나갔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통일부가 직접 인권 기록을 하겠다고 나서며 민간단체 활동이 제약됐다. 문재인정부 들어선 아예 하나원 조사를 차단당했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북한인권 조사는 2020년부터 3년간 공백이 생겼다. 그는 “보수 정부에선 부처 이기주의로 정부가 독점하려 해 갈등이 컸다. 2023년 3월 제한적으로나마 하나원 조사에 다시 참여했다”며 “정부가 북한인권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민간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아이러니”라고 했다. 정부가 북한인권을 강조해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반대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북한인권에 관심을 표명해 기대가 많았으나 오히려 특정 정파 이슈로 고착돼 국민으로부터 고립됐다. 세미나, 강연 등에 참여하는 일반인이 많았는데 현 정부 들어선 일절 없다”며 “일반 국민의 거리감을 적나라하게 체감한다. 정권이 바뀌면 또 반작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칭 ‘국립북한인권센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박물관은 북한 당국을 상대해야 할 정부가 하는 것보다 민간이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맞는다고 입장을 정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이라며 “조직 개편 후 통일부가 조직 보호 차원에서 직접 국립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이어 “저 같은 사람은 북한 당국을 상대하는 역할인데 언젠가부터 우리 정부를 상대하느라 힘을 빼 힘들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는 이유로는 미래 세대를 꼽았다. “북한인권 문제가 진영화하고 있지만, 20∼30대 연구원들은 그런 차원을 뛰어넘는 인권 가치관이 있다. 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제 책임이라 생각한다.”


기사 원문: http://www.segye.com/newsView/20240110515972?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