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데일리 2023-12-04]
항저우아시안게임 직후인 지난 10월9일 밤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대규모로 강제북송한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북한인권단체들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진 10월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강연한다는 서울의 한 대학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에게 탈북자 강제북송과 관련한 견해를 물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싱 대사를 초치하지 않은 외교부의 대응도 논란이었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탈북자들이 강제북송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카운터파트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도 전달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전·현직 외교부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대체로 "탈북자 강제북송은 조용한 외교로 다룰 수밖에 없으며, 중국은 탈북민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 북한주민 2500만 명이 국경을 넘으면 중국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처럼 외교부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고수할 뿐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북한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는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윤석열정부의 '가치외교' 의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GPS)를 표방한 한국이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유를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외교부 제1차관과 제2차관, 주이스라엘대사, 주일본대사, 조약국장 등을 지내며 양자외교와 다자외교를 두루 섭렵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떠올랐다. 일본 전문가, 국제법 전문가로 잘 알려진 신 전 대사는 인권분야에서도 활동 이력이 있다.
신 전 대사는 주유엔대표부에 근무할 때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과 발전에 기여했고, 유엔 인권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를 유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로 업그레이드하는 유엔 개혁 과정에도 관여했다. 퇴직 후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NKHR)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북한인권단체에서 고문과 이사 등을 맡아 현장에서 활발히 목소리를 내왔다.
신 전 대사는 "윤석열정부의 가치외교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가치외교의 '일관성'과 '주인의식(ownership)' 부족에 아쉬움을 표했다. 중국의 신장위그루자치구 내 위구르족 인권탄압과 관련해 한 달 사이에 태도를 바꾼 것과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국제사회에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신 전 대사는 "가치외교를 추구하다 보면 단기적으로는 타국과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단기적인 국익의 손해를 감수해야 할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시행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단기적 비용을 부담할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중국에 직접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 전 대사는 "대통령은 외교의 최후 방어선이고, 발언을 물릴 수 없기 때문에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직접 전면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가급적 피하되, 사안의 경중에 따라 외교부장관이나 차관, 차관보, 대변인 등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신 전 대사를 만나 의견을 들은 뒤 4일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략)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누구?
1955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1977년 외교부에 입부해 일본과장, 조약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주이스라엘‧일본 대사, 1‧2차관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에서 법학(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강대·서울대 국제대학원, 울산대에서 강의했다. 2014년 이래 법무법인 세종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일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세토포럼의 이사장과 싱크탱크인 니어(NEAR)재단의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북한인권시민연합·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씽크(THINK)·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등 북한 관련 NGO에서 봉사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2/04/2023120400094.html
[뉴데일리 2023-12-04]
항저우아시안게임 직후인 지난 10월9일 밤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대규모로 강제북송한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북한인권단체들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진 10월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강연한다는 서울의 한 대학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에게 탈북자 강제북송과 관련한 견해를 물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싱 대사를 초치하지 않은 외교부의 대응도 논란이었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탈북자들이 강제북송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카운터파트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도 전달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전·현직 외교부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대체로 "탈북자 강제북송은 조용한 외교로 다룰 수밖에 없으며, 중국은 탈북민의 난민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 북한주민 2500만 명이 국경을 넘으면 중국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처럼 외교부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고수할 뿐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북한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는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윤석열정부의 '가치외교' 의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GPS)를 표방한 한국이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유를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외교부 제1차관과 제2차관, 주이스라엘대사, 주일본대사, 조약국장 등을 지내며 양자외교와 다자외교를 두루 섭렵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떠올랐다. 일본 전문가, 국제법 전문가로 잘 알려진 신 전 대사는 인권분야에서도 활동 이력이 있다.
신 전 대사는 주유엔대표부에 근무할 때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과 발전에 기여했고, 유엔 인권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를 유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로 업그레이드하는 유엔 개혁 과정에도 관여했다. 퇴직 후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NKHR)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북한인권단체에서 고문과 이사 등을 맡아 현장에서 활발히 목소리를 내왔다.
신 전 대사는 "윤석열정부의 가치외교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가치외교의 '일관성'과 '주인의식(ownership)' 부족에 아쉬움을 표했다. 중국의 신장위그루자치구 내 위구르족 인권탄압과 관련해 한 달 사이에 태도를 바꾼 것과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국제사회에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신 전 대사는 "가치외교를 추구하다 보면 단기적으로는 타국과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단기적인 국익의 손해를 감수해야 할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시행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단기적 비용을 부담할 각오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중국에 직접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 전 대사는 "대통령은 외교의 최후 방어선이고, 발언을 물릴 수 없기 때문에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직접 전면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가급적 피하되, 사안의 경중에 따라 외교부장관이나 차관, 차관보, 대변인 등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신 전 대사를 만나 의견을 들은 뒤 4일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략)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누구?
1955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1977년 외교부에 입부해 일본과장, 조약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주이스라엘‧일본 대사, 1‧2차관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에서 법학(국제법)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강대·서울대 국제대학원, 울산대에서 강의했다. 2014년 이래 법무법인 세종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일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세토포럼의 이사장과 싱크탱크인 니어(NEAR)재단의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북한인권시민연합·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씽크(THINK)·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등 북한 관련 NGO에서 봉사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2/04/2023120400094.html